‘아버지 효과’란?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진은 1만 7000명의 아이들이 태어나서 33세가 될 때까지의 삶을 추적 연구했다. 아이가 발달하고 성장하는 데 어떤 요인이 중요한지 알아보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행복하고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바로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경험했다는 것
멘토이자, 롤모델이자, 스승이자, 가장 친한 친구 같은 아버지가 든든하게 후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아이를 성공적인 미래로 안내하는 등대와도 같다.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성공적인 삶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것이 바로 아버지만이 줄 수 있는 ‘아버지 효과(father effect)’다. ‘아버지 효과’란 아버지의 말 한마디, 태도와 생활습관, 삶에 대한 가치관 등이 아이에게 각인 되는 것, 그리하여 아이의 미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말한다
‘아버지 효과’의 영향력
이 효과는 아이가 아주 어릴 적부터 발휘된다. 한 살이 되기 전까지 아버지가 많이 놀아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서너 살이 되었을 때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지능지수가 높고 인지능력도 우월하다. 반면 한 살 이전에 아버지와의 상호 관계가 부족했던 아이들은 또래보다 수리능력이 떨어지고 어휘력도 낮다. 아직 걸음마도 떼지 않은 아기들조차도 아버지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이다. 서너 살 무렵의 아이들은 특히 호기심이 왕성하기 때문에 아버지가 자주 놀아주고 대화를 많이 하면서 호기심과 지적 욕구를 채워주면 지능이 더욱 발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는 아이의 사회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은 아이는 또래와 잘 어울리며 갈등이 일어날 때도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는 사회성이 크게 발달하는 때이기 때문에 이때 아버지가 적절히 사회적 자극을 준다면 아이는 리더십과 협동성을 키울 수 있다. 이렇게 아이들이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느끼는 행복감은 학업성취도와도 직결된다
‘아버지 효과’ 실험 결과
아버지와의 소통이 학업성취도와 어떤 연관성을 지니는지 알아보기 위해 미국의 로버트 블랜차드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연구했다. 한 그룹은 ‘아버지가 아이에게 완전히 무관심한 그룹’이었고, 두 번째 그룹은 ‘아버지가 아이에게 관심이 많은 그룹’이었다. 세 번째 그룹은 ‘아버지가 집에는 있지만 아이에게 별달리 신경을 쓰지 않는 그룹’이었다
가장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어떤 그룹에 속해 있었을까? 바로 두 번째 그룹, 아버지가 아이에게 관심을 많이 보이는 그룹의 학생들이었다. 평균적으로 가장 성적이 나쁜 학생들은 아버지가 완전히 무관심한 그룹에 속해 있었다. 아버지가 곁에 있지만 별달리 신경을 쓰지 않는 그룹의 학생들은 그 중간 정도의 성적을 냈다. 아버지의 관심이 분명 아이들의 성적을 높이는 요인인 것이다. 물론 아버지의 의미가 지나치게 커져 오히려 아이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 아버지 콤플렉스(fathercomplex)가 생길 수도 있다
아버지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할 경우 아버지처럼 되고 싶은 무의식이 작동해 아버지를 무조건 존경하고 따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싶고 그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것들은 모두 아버지 콤플렉스에서 비롯된다. 이 정도로 지나치지 않은 경우라면 아버지 효과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아이에게 경제적인 풍요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선사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무엇을, 누구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지 되새겨보자. 가끔 집에서 아이를 만나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하기보다는 쉬는 날 함께 시간을 보내며 놀고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공부에 더 도움이 된다. 아버지와 가까울수록 아이는 더 행복해지고 더 똑똑해질 테니 말이다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아버지의 철칙
하나.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정해 놓고 반드시 지킨다. (매주 일요일 오후는 자전거 타기 등과 같이)
둘. 엄마 없이 아이하고만 있는 시간을 만든다. 진정으로 아이를 이해할 수 있다
셋.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함께 즐긴다. 아이를 본다는 차원이 아니라 같이 놀이를 해야 한다. 같이 즐길 놀이가 없다면 함께 찾아본다
넷.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박적으로 생각지 않도록 한다. 아이와 즐겁게 놀다보면 저절로 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다섯. 아이와 노는 동안 “아버지”라는 것을 잊어라. 그저 친구일 뿐이다. 이건 아이뿐 아니라 아버지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