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엄마가 되고 점점 초라한 마음

엄마로 살다보면 무시 받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전업맘 입장에서는 워킹맘이 날 무시하는 것 같고, 며느리 입장에서는 시월드가 날 무시하는 것 같죠.

아내 입장에서는 가장 가까운 남편이 날 무시하는 것 같고 엄마 입장에서는 주변 엄마들이 날 무시하는 것 같고요. 하지만 다른 무시는 다 견디거나 그러려니 하는데,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무시가 딱 하나 있죠. 바로 우리 아이가 날 무시하는 것

두 돌 세 돌까지는 떼쓰는 걸 대하기가 힘들긴 해도 아이 스스로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거니 때론 가여워 보일 때도 있어요.

그 시기가 지나면 ‘우리 아이가 많이 컸구나’ 안도감을 느끼는 순간, 갑자기 마이웨이를 외치며 전에는 하라면 하던 걸 왜 해야 하냐고 자꾸 묻고 따지고, 말 트집 잡고 말대꾸를 하는 어느새 미운 일곱 살 아이가 내 앞에 있죠.

발달 단계상 자기주장을 하고 독립적 인격체로 다져지는 과정이지만, 이 과정을 마주하는 엄마는 마음이 쉽지 않아요. 이때 진짜 많이 무너져요

엄마라면 아이의 발달과정상 아이에게 무시 받는 느낌을 누구나 받지만 괴로운 정도는 차이가 있어요. 그 차이는 아이가 얼마나 엄마를 무시하느냐, 얼마나 말대꾸하느냐, 얼마나 반항하느냐에 따라 다른 게 아니에요.

“ 지금까지 살면서 반복적으로 누군가에게 무시 받은 느낌의 정도 차이에서 괴로움을 느끼는 정도가 달라요

반복적으로 무시 받는 느낌이 들면 스스로 무시 받을 만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스스로 못난 사람으로 여겨지고 부끄러워지고 수치스러워지죠.

그게 엄마일 수도 있고, 아빠일 수도 있고, 자매일 수도 있고, 친척일 수도 있고, 오랜 친구일 수도 있어요. 그 괴로운 느김이, 잊힌 감정 기억이 아이를 키우며 되살아나기 쉬워요

무시 받는 느낌을 받을 때에 단순히 그 느낌만 있는 건 아니에요. 이전에 경험했던 패배감, 소외감, 수치심, 사랑받지 못하고 버림받을 것 같은 두려움도 같이 느껴요. 이런 여러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요.

하지만 이 감정들은 표면적인 감정이 아니라서 쉽게 인식하기 힘들어요. 내가 인식하는 순간 나에게 데미지를 입힐 만큼 강력한 감정이기 때문에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 나 자신도 인식하지 못할 위치에 꼭꼭 숨겨놓거든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 감정을 경험하면 그 관계를 좀 멀리하거나 피할 수 있죠. 하지만 아이와의 관계는 그럴 수가 없으니 상처를 수없이 경험하고 그런 감정적인 영향을 계속 받기 쉬워요

기싸움 걸고 싶고 아이 뜻을 꺾고 싶은데, 그게 정서 발달에 부모와 관계에 좋지 않다고 하니 내 마음을 억눌러요. 그러다보면 그 기싸움의 원동력인 무시 받는 느낌이 더 쌓였다가 엉뚱하게 다른 상황에서 더 폭발하기도 하니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거죠.

엄마의 강력한 불안감을 자극하는 우리 아이와의 기싸움 장면에서 이기거나 지거나 참거나 버티거나 하기보다는 그 시간이 지난 후에라도 내 마음을 꼭 곱씹어 보세요

억지로 마음을 바꾸려는 것보다는 아이에게로 맞춰진 초점을 엄마 스스로에게 옮겨오는 게 훨신 효과적이에요. 물론 금방 바뀌긴 힘들어요. 20년 30년 넘게 쌓여온 감정이기 때문이에요.

아이와 트러블이 생길 때마다 난 역시 좋은 엄마가 아니라며 실망하고 위축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위로받을지 고민하세요. 아이와의 기싸움, 누구에게든 찾아오고 이미 하고 계신 분은 앞으로도 주욱 하실 거예요. 어떤 상황이 와도 그 순간 내가 경험한 나 자신의 마음은 놓치지 마세요

아이와의 신경전이나 기싸움은 아이가 성장할수록 부모와 분리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엄마는 이 무시 받는 느낌, 자신이 초라해지는 느낌을 자주 경험하면서 복잡한 감정을 느껴요.

아빠도 이 느낌에 사로잡히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섭섭함이 엄마만큼 크지 않아요. 아내가 아이로 인해 힘들어 한다면 아내가 아이의 말 하나하나에 신경 쓴다면, 아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주세요. 아이와 독립적인 아내의 존재감을 회복하도록 함께 노력해주세요